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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의료기술 못지 않게 진화하는, 암보험

by Spacewizard 2024.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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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반의 나이까지 국민건강보험·실비보험을 제외하고는, 의료보험에 대한 자발적인 관심을 가진 적은 없다시피 했다. 근로소득자로서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국민건강보험은 전년도 성과급에 따라 보험료 차이가 워낙 크다보니 비자발적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실비보험의 자기부담금 범위 안에 들어오는 1만원 내외의 치료비는 주로 국민건강보험에 의존하게 되는데, 마치 공기와 같아서 낮은 의료비가 당연하게 느껴진다. 국민건강보험의 개인적인 혜택 규모를 구체적으로 따져보지 않았지만, 아이들을 포함하여 병원을 자주 방문하는 가족인 만큼 적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월급명세서에 찍히는 국민건강보험료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 글 <정책적으로 변신하는, 의료실비>에서도 언급했듯이, 의료실비보험도 어머니께서 홈쇼핑을 통해 가입해주셔서 1세대 실비보험를 유지하고 있다. 만약 어머니의 배려가 없었다면, 큰 의료비가 들어가기 전까지 실비보험의 필요성을 모른 채 살아갔을 것이다. 보험은 리스크(잠재적 손실)에 대비하는 상품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손실이 닥쳐야만 보험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이래서 많은 경험이 필요한가 보다. 그리고 현재의 나는 암보험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중이다. 치료율·생존율이 높이는 기술발전의 혜택을 경제적인 이유로 포기할 수도 있겠다는 경험을 간접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암보험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자.

 

조직병리학적으로 구분되는, 이차암 

 

원발암·재발암·전이암·이차암으로 구분할 수 있다. 원발암(原發癌, primary cancer)은 암세포조직이 처음 자리를 잡고 성장되기 시작한 상태를 말하는데, 최초의 발생시기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재발암은 최초 발생했던 암세포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동일부위(또는 인접부위)에서 다시 발견된 상태이다. 이는 단일세포가 아닌 여러 세포가 복합적으로 이뤄져 있는 암세포의 특성에 기인한다. 항암치료에도 완전히 소멸되지 않은 일부의 암세포가 잠복 이후에 분열을 계속하면서 재발되는 것이다. 잔존암은 원발암의 치료가 완료되지 않아서, 아직 암세포가 남아 있는 상태를 말한다. 전이암은 먼저 발생한 암세포가 튜브(혈액·림프관)를 타고 다른 부위에 옮겨 자라나는 것이다. 암의 세계에서는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으로 전이가 손꼽히는데, 암환자의 90% 가량은 전이로 사망한다고 한다. 관찰 가능한 크기의 암이 발견되었다면, 이미 전이가 시작되어 미세전이암이 잠복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차암(二次癌, second primary cancer)은 먼저 발생한 암세포와 무관하게 원발암 치료 후 다른 부위에 새로운 암세포가 생성된 것으로, 보통 「새로운 원발암」이라고 부른다. 재발암·전이암은 원발암과 조직병리학적 특성이 동일한 반면, 이차암은 원발암과 조직병리학적 특성이 다르다

발병형태에 따른 암의 종류 [출처:서울대학교암병원]

담보의 진화로 살펴보는, 암보험

 

국내 암보험의 역사를 공식적으로 구분하지는 않지만, 보험업계에서는 보통 아래와 같이 구분한다.

 

1세대 암보험 : 진단비·치료비 구성
2세대 암보험 : 이차암·재진단암 진단비 보장
3세대 암보험 : 고액치료비 보장
4세대 암보험 : 통합형암·전이암 보장
5세대 암보험 : 본인부담금 치료비 보장

 

1세대 암보험은 진단비·치료비(수술·항암·방사선 등)를 보장하는 구성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암보험의 기본구조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진단비(유사암진단비 별도)·수술비·항암치료비·방사선치료비·입원일당 등이 포함되었다. 암보험에서 진단비의 중요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장기요양이 동반되는 치료과정(수술·항암치료) 중에는 생계활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복지가 잘 갖춰진 일부의 조직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퇴직을 요하는 경우가 많다. 암치료에 있어서 급여항목은 「중증질환 산정특례제도」에 따라 5%만 본인부담하지만, 최신 의료기술의 발달이 가속화되면서 비급여항목도 점차 늘고 있다.

 

2번 걸리지 말라는 법이 없어서, 이차암·재진단암

 

2세대 암보험은 이차암·재진단암에 대한 진단비가 추가가 되었다. 이차암·재진단암은 지급횟수·면책기간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최초의 암진단은 암진단비를 받게 되고, 2번째 암진단은 이차암진단비·재진단암진단비(재진단비)에서 받을 수 있으며, 3번째 이후의 암진단은 재진단비에서만 받을 수 있다. 암진단비·이차암진단비는 1회만 지급하는 반면, 재진단비는 지속적으로 지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험료가 비싸게 된다. 일반적으로 보험에서는 이차암의 범주에 새로운 원발암과 전이암까지만 포함되는 반면, 재진단암에는 새로운 원발암, 전이암·재발암·잔존암 모두 포함된다. 전이암은 원발암과 조직병리학적 동일성을 지니지만, 그 원격성으로 인해 이차암의 범주로 보장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재진단암은 최초 암진단을 받은 후 2년이 지난 날 다음날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면책기간보장하지 않는 기간을 말하는데, 각 진단비에 대한 면책기간은 아래와 같다.

 

암진단비 : 보험가입시점부터 90일 동안

이차암진단비 : 최초 암진단시점부터 2년 동안
재진단암진단비 : 암진단시점부터 1년 동안

 

가령 최초 암진단시점으로부터 일정시간이 흘러 이차암(내지 전이암)이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2년을 초과한 시점이라면 이차암진단비·재진단비 중에서 보험금이 큰 것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1~2년 사이의 시점이라면, 면책기간으로 따라 재진단비만 보상받을 수 있다. 더 나아가 1년 내의 시점이라면, 둘 다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집안기둥뿌리 보전을 위한, 고액담보

 

최신의 항암방사선약물치료는 대부분 비급여고액인 경우가 많다. 주변에 암환자가 있는 사람들은 비급여고액치료비가 가계재무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경험해봤을 것이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현금이 요구되는 절박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환자가족들은 대출과 자산처분 외에는 답이 없다. 실비보험의 전략적 활용(입원치료)도 고려해 볼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비급여치료가 통원치료이기에 통원한도(통상 일 30만원 이하)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래의 말이 그냥 나온게 아니다.

"집안에 암환자 있으면, 살림 거들난다."

 

최신의 항암방사선약물치료에 대한 담보를 원하는 수요가 높아졌으며, 이에 발맞춰 보험사들은 「표적항암보험」으로 불리는 3세대 암보험을 내놓았다. 주로 3세대는 비급여고액치료비(표적항암약물치료비·항암양성자방사선치료비·항암세기조절방사선치료비·항암카티치료비·다빈치로봇수술 등)가 보장되었다. 하지만 각각의 치료항목에 대하여 선택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치료법에 대한 선택권한이 보험가입자(환자)가 아닌 의사에게 있다는 점에서, 비효율적(보장금액 대비 보험료가 높은)인 담보로 여겨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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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암보험의 한계를 허무는, 최신 담보 

 

2023년부터 출시된 4세대 암보험은 통합암·전이암에 관한 진단비가 보장된다. 기존의 암진단비는 암종과 무관하게 최초의 암진단에 대하여 1회성으로 보장하였는데, 통합암암종을 그룹화하여 각 그룹별로 1회성 진단금을 지급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1회성 진단금의 기회를 확대·다각화한 것이다. 전이암은 2세대에서 이차암진단비·재진단비로 보장이 가능하다고 언급했었지만, 4세대에서는 2세대의 한계(면책기간)을 보완하고 있다. 즉 재진단까지의 기간에 상관없이 재진단비를 보장받을 수 있다.

 

가장 최근 등장한 5세대 암보험은 장기간 고액치료에 소요되는 본인부담금 치료비를 한도보장하는 상품으로, 기존의 치료비담보가 일회성이라는 한계를 보완했다. 암주요치료비(내지 주요암치료비)로 불리는 5세대는 연간한도 내에서 최대 5년까지 단계적으로 보장을 받을 수 있다. 치료비보험금은 1천만원 단위로 단계적인 상승하며, 연한도액은 보통 1억인 경우가 많다. 유심히 봐야할 점들이 있다. 우선 명칭에 있는 '주요'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암 주요치료와 관련없는 치료비(면역력강화·호르몬·후유증·합병증·진찰료·입원료·마취료 등)은 보상되지 않는다. 또한 치료비 대상도 최초의 원발암에 한하며, 치료병원도 종합병원에 한한다. 아마도 과잉진료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2024년 7월 현재 의료실비보험을 유지 중인 H보험사에 암보험을 신규가입했는데, 암주요치료비까지 포함된 5세대 상품이다. 비갱신형(20년 만기, 90세 보장)은 월 15만원대였으나, 갱신형(20년 만기 후 20년 갱신, 90세 보장)은 월 6만원대였다. 보험설계사는 "자금여유가 있다면"이라는 전제 하에 비갱신형을 추천하였으나, 나는 본능적으로 갱신형을 선택했다. 손해보험사의 5년 근무경력과 실비보험의 끈질긴 세대변경 권유를 통해 몸소 느낀 점이 있다면, 보험설계사는 철저히 수수료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물론 비갱신형·갱신형의 유·불리를 현시점에서 판단하는 것은 의미없는 일이기에, 이런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면 크게 스트레스 받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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