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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금융투자

제대로 사법리스크에 놓인, 부동산신탁

by Spacewizard 2024.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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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중반(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계속된 부동산경기 침체는 부동산개발업계(시행·시공·부동산신탁·PF대주) 전반의 사업수지를 악화시켰고, 특히 책임준공(미이행시 손해배상) 의무를 지닌 신탁사는 이전에 없던 재무타격을 입었다. 책준사업장의 준공의무·손해배상를 위해 영업용순자본은 신탁계정대(신탁계정에 대여한 고유계정)로 빠져나갔으며, 부실채권 분류로 대손충당금이 쌓이면서 자본이 감소했다. 대손충당금은 신탁사가 사업장 등에서 발생할 손실을 대비해 미리 쌓는 자금이다. 자본감소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신종자본증권으로 조달한 금액이 모두 영업용순자본으로 반영된다면, NCR은 크게 개선될 것이다. 이처럼 2024년 부동산신탁업계의 화두는 선제적 자본확충이었다.

 

이전 글 <금융이 살아남기 위한 필요조건, 건전성>에서는 2016년 신NCR이 도입되었음에도, 신탁사에서는 구NCR을 적용한다고 언급했었다. 일반적으로 신탁사는 1,000% 이상의 NCR를 유지해야 재무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당국에서도 최소 15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 NCR 150% 이하부터는 경영개선권고 등의 단계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금감원이 신탁사 현장검사에서 최우선적으로 점검하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선지급 여부와 NCR이다. 2024년 1분기 KB부동산신탁의 NCR은 272.7%로, 이전 글 <아직까지 계속되는 시행착오, 부동산신탁>에서 언급한 14개의 신탁사 중 가장 낮은 NCR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에 신용평가사는 KB부동산신탁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었다. 오늘은 재무악화가 계속되고 있는 부동산신탁사가 취하고 있는 노력·대응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 

 

자금지원의 차원이 다른, 금융지주 계열

 

2024년 상반기 신한자산신탁은 2,000억원(3월·4월 각각 1,000억원씩)을 차입할 계획이었으나, 일단 1,000억원만 차입하고 나머지는 신종자본증권으로 조달하기로 변경했었다. 자본성증권을 발행하는 것이 표면적인 자본비율을 높여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5월 말 신한자산신탁이 사모형태로 1,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여, 이를 모회사 신한금융지주가 전액인수했다. 금융지주가 신종자본증권 형태로 계열 부동산신탁사를 자금지원한 최초의 사례이다.

 

2024년 2월 KB부동산신탁는 기업어음·차입한도를 3,400억원 늘렸고, 6월에는 사모형태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1,700억원의 자본을 확충하면서 유동성 대응력을 높였다. 모회사 KB금융는 1,500억원 가량의 신종자본증권을 인수했다. 최초로 발행된 KB부동산신탁의 신종자본증권은 30년 만기(2054년 6월)이며, 이후 연장(30년)이 가능하다. 다른 신종자본증권 사례와 비교해보아도, 사실상 갚지 않아도 되는 자본에 더 가깝다. 2024년 9월 이사회는 1,500억원 유상증자(주주배정, KB금융)를 결의하면서, 자기자본 규모가 5002억원까지 증가할 예정이다. KB부동산신탁은 2개 분기에 걸쳐 총 3,000억 가까이를 모회사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9월 금감원 종합감사가 진행된 만큼, 향후 해결책에 대한 더 확실한 방향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3월 우리자산신탁은 2,100억원 상당의 유상증자(주주배정)를 진행하면서, 1분기 NCR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 놓았다. 이전 글 <자본 행세하는 부채, 신종자본증권>에서는 부채가 많은 기업들은 자금조달과 동시에 부채비율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영구채에 관심을 보이지만, 상환시에는 오히려 부채비율을 크게 높이면서 재무지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었다. 2024년 부동산신탁업계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나타났다는 점이 일면 다행일 수 있으나, 모회사의 여력이 없거나 모회사 자체가 없는 일부 신탁사들은 상대적으로 더 위축될 수 있을 것이다.

 

업계가 주목하는 손해배상소송, 신한자산신탁

 

현재 대부분의 책임준공형관리형토지신탁(책준관토)계약은 신탁사의 손해배상책임 범위를 대출원리금 일체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아서, 대주단은 대출원리금·연체이자 전부를 배상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2024년 2월 인천 원창동 물류센터 신축공사」 PF대주단(연기금·증권사 등)은 신한자산신탁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소가 575억원)을 제기했다. 신탁사가 책임준공형관리형토지신탁(책준관토)계약과 관련한 책임준공의무를 위반했으며, 이에 따라 시행사·시공사·신탁사 대표이사에게 대출원리금 반환 등을 청구한 것이다. 2023년 말까지 준공 예정이었으나, 시공사는 공사원가 급등으로 기한 내 사용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에 신탁사(책임준공 확약)가 시공사를 대신하여 원리금을 상환한 후, 자체적으로 준공·분양을 마무리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책준관토와 관련한 첫 손해배상소송인 만큼, 그 결과(판례)가 부동산신탁업계에 미칠 영향을 막대할 것이다. 왜냐하면 가장 큰 쟁점에서 대주단·신탁사가 확연한 시각차를 보이면서 소송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판례를 남기게 된 만큼, 피고(부동산신탁사)도 「책임준공확약의 의미를 대출원리금에 준하는 손해배상금이 아닌 준공과 그에 따른 지연이자」정도로 주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탁업계에서는 최대한 손해배상 범위를 축소시키려 할 것이고, 실제 '준공 지연에 따른 이자' 수준으로 소송대응을 하지 않을까 한다. 손해배상의무 발생에 따른 소송의 결과에 무관하게, 소송에서 최대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해서는 사용승인은 마쳐야 할 것이다.

 

이후 신한자산신탁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이 계속 제기되었다. 2024년 4월 안성·평택의 물류센터 신축사업과 관련하여, PF대주단(금고)이 손해배상소송(소가 총 860억원)을 청구했으며, 5월 「경남 창원시 멀티플렉스 신축공사」PF대주단(증권사 등)은 신한자산신탁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소가 523.6억원)을 제기했다. 타 부동산신탁사에도 소송제기는 계속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며, 그 만큼 신한자산신탁의 판례에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이어지는 손해배상소송, KB부동산신탁

 

2024년 9월 PF대주단(메리츠화재·메리츠캐피탈·하나증권 등)은 KB부동산신탁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소가 140억원)을 청구했다고 하는데, PF대출 규모는 1,090억원 수준이라고 한다. 공사 도중 시공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였고, 이에 KB부동산신탁은 시공사 교체와 고유계정 투입까지 추진하였다. 하지만 결국 신탁사책임준공기한(2024년 4월)을 도과하고 말았다. 책준관토의 손해배상과 관련한 KB부동산신탁의 첫 피소인 만큼, 신한자산신탁의 소송진행사항을 참고하여 대응하지 않을까 싶다.

 

2023년까지 중소형 규모의 PF대주단(금고·저축은행 위주)은 신탁사책임준공기한의 연장이 순조롭게 이뤄졌는데, 2024년 들어서는 사업성이 저조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장의 비여신권 대주단(증권사·캐피탈·보험사 등)이 신탁사를 타겟으로 원리금 회수를 하려는 움직임이다. 막상 위기가 닥쳐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책준관토 관련한 대주단이 주장하는 손해배상 범위는 신탁사의 체력으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과도하다고 볼 수도 있다. 이전 글 <아는 만큼 보이는, 배상책임보험>에서는 손해배상의 책임과 그 금액을 정함에 있어 채권자의 과실을 참작할 수 있는 과실상계를 언급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법원이 채권자(대주단)의 과실을 있다고 볼지, 있다면 얼마 정도로 책정할지도 관심이다.

 

2024년 하반기 금융당국은 책준관토에 대한 신탁사 모범규준을 마련하는 중으로 알려져 있는데, 주요내용은 신탁사의 손해배상 범위와 수탁한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금융당국이 신탁회사의 책임범위를 어디까지로 정할지는 모르겠지만, 부동산신탁사의 그 역할을 고려했을 때 책임준공 정도로 고민하고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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