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권의 철도는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도시 내의 도시철도와 도시 간의 광역철도이다. 광역철도는 국토교통부(국토부)의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따라 여러 기관(국가철도공단·지자체)에서 건설하는 반면, 도시철도는 해당 지자체의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따라서 지자체에서 건설한다. 현재 서울시가 운영 중인 도시철도는 9개의 중전철 노선과 2개의 경전철 노선이 있다.
중전철의 대안, 경전철
경전철(輕電鐵)은 중전철(重電鐵, 지하철)에 비해 객차 규모가 작고 가벼우며, 그로 인해 공사비·운영비가 상대적으로 덜 든다. 서울시는 지하철 9호선 이후 경전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 하였으나, 지난 3~4년 간 사업비용(원자재가격·인건비 등) 급증으로 인해 사업을 포기·재검토하는 민간사업자가 증가했다. SOC사업은 다음의 기획재정부(기재부)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민간제안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 대신 민자적격성 심사를 거치게 된다.
[민간투자사업(민간제안사업)]
민자적격성 심사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 심사(민투심)
[민간투자사업(정부고시사업), 재정투자사업]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 선정
예비타당성조사 심사
현재 서울에서 2개 노선(우이신설선·신림선)이 운영 중이며, 현재 서울시가 추진 중인 경전철 노선은 다음의 9개(총사업비 10.3조원)이다. 9개 노선 중 공사 중인 노선은 2개(위례선·동북선)로, 각각 2025년·2026년 개통 예정이다. 위례선은 위례신도시 내부를 가로지르는 노면전차(트램)으로, 위례신도시 조성단계에서 선로부지를 확보해 놓은 상태라서 무난하게 개통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 글 <근대화에 이어 친환경 교통수단, 트램>에서는 위례선은 약 60년 만에 복귀하는 서울의 전차라고 언급했었다.
경전철의 발목을 잡는, 경제성
현재 서울시가 운영 중인 경전철 2개 노선(우이신설선·신림선)의 누적 적자는 2,500억원에 달하고 있어, 사업비를 증액하여 건설할 경전철들의 운영적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이신설선 운영사업자는 자본잠식 상태로, 서울시는 새로운 운영사업자 선정절차가 진행 중이다. 정부는 평가단계에서 적용된 과다수요추정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만큼, 더 엄격한 경제성을 요구하고 있다.
2021년 두산건설 컨소시엄(GS건설 포함)이 서부선의 사업자로 선정했으나, 이후 공사비 증액문제로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가 GS건설이 컨소시엄에서 빠졌다. 강북횡단선·목동선은 각각 2024년 6월·7월 예타를 통과하지 못하여, 조정을 통해 예타를 재신청할 예정이다. 산악지형을 통과하는 강북횡단선은 긴 노선과 수요부족으로 경제성이 낮게 나왔고, 목동선은 기존 중전철(2·5호선)과 노선이 중복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예타 절차가 진행 중인 난곡선은 2024년 내에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면목선은 민자사업으로 추진했다가, 사업자를 구하지 못해 재정사업(서울시)로 추진 중이다. 2024년 6월 면목선은 무려 19년 만에 예타를 통과하면서, 현재 기본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수도권에 유독 엄격한, 예타
1999년 도입된 예타제도는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재정이 300억원 이상 지원되는 신규 재정사업에 대해서는 각 사업부처 대신 기재부가 타당성을 검토하도록 하고 있으며, 「국가재정법」제38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인 신규 공공사업은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필수로 받아야 한다.
정부는 예타조사를 거쳐 사업의 경제적·정책적 타당성을 평가하며, 이를 통과하지 않으면 정부예산를 지원받을 수 없다. 아무리 재정상태가 좋은 지자체라도, 예타를 필수로 거쳐야 하는 공공사업(재정투자사업)은 정부지원과 무관하게 예타를 거쳐야 한다. 2023년 8월 기재 예타 대상 선정에서 탈락한 인천송도트램사업이 지자체 자체예산으로 사업추진을 시도하려 했으나, 국가재정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서울 경전철 사업이 예타를 통과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평가비중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철도사업에 대한 평가항목은 지역별로 다음과 같다.
수도권 : 경제성 60∼70%, 정책성 30∼40%
비수도권 : 경제성 30∼45%, 정책성 25∼40%, 지역균형발전 30∼40%
경제성은 보통 B/C비율(기준 1)를 통해 판단한다. 정책성·지역균형발전이 사실상 정성평가 성격이 강하다고 보면, 수도권이 불리해 보이기도 한다. 이에 서울시는 제도개선을 건의한 상태로, 주요내용은 경제성 평가비중을 낮추고 평가항목에 다소 유리한 요소(혼잡도·지역균형발전)를 추가하자는 것이다. 서울시가 제안한 평가기준이 적용된다면, 분명 예타를 통과할 확률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더디고 더딘 경전철 사업, 위례신사선
시민단체가 국회에서 불만을 피력한 모습은 흔하지 않지만, 2024년 11월 한 시민단체가 국회소통관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서울시·국회의원를 비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위례시민연합」은 준비한 「위례신도시 주민 분노의 글」을 읽었는데,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부가 지난 2012년에 약속한 위례신사선 완공 약속을 아직도 지키지 않고 있다. 오늘 우리는 정부의 분양사기와 그로 인해 겪은 극심한 고통과 분노를 더 이상 참지 못해 이 자리에 섰다... 국토부는 위례신도시 광역교통대책을 발표하면서 1조6,800억원이라는 광역교통분담금을 징수했고 그 분담금에서 위례신사선에 2,300억원을 책정했다... 16년이 지난 지금 그 약속은 허공에 사라졌다... 이것은 단순한 사기가 아니다. 국민을 기만한 범죄, 우리를 속인 범죄이다
곧이어 읽은 「위례시민연합 성명서」에서는 국토부·국회의원·LH를 향해 해결방안을 촉구하면서, 다음의 요구사항을 담았다.
서울시 : 재정사업 전환
기획재정부 : 예타 면제
수익성 악화로 계속된, 사업자 이탈
2005년 삼성물산 컨소시엄은 위례신사선을 제안했지만, 2016년 구간단축에 따른 수익성 부족을 이유로 사업을 포기했다. 최초의 노선은 용산까지 이을 계획이었으나, 용산국제업무지구사업이 무산되면서 노선이 축소된 것이다. 2017년 GS건설이 삼성물산 지분을 전량인수하면서 제안서를 제출하였고, 2018년 위례신사선은 민자적격성조사를 완료했다. 2020년 GS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2023년 5월 서울시 재정계획심의위원회(민투심 상정 이전) 과정에서 컨소시엄과의 이견이 돌출되면서, 7월·12월 기재부 민투심에 상정조차 못했다. 이는 GS건설과의 공사비 인상현상이 마무리되지 않음에 따라, 민투심에 제출하는 사업계획서에는 구체적인 사업비를 담지 못했기 때문이다.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주요 건설출자자들이 사업참여를 포기하자, 2024년 6월 서울시는 GS건설 컨소시엄에 부여했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철회했다.
실패한 노력, 제3자재공고
기재부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에 따르면, 총사업비가 물량·토지 등의 규모 증가로 인해 기존 대비 20% 미만 증가한 경우 민자적격성 재조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최초제안·제3자공고 후에는 소비자물가지수 인상, 법령개정, 설계변경을 제외한 사업비 인상은 해당사항이 없으며, 현재 문제가 되는 건설비용 인상도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민자적격성 재조사를 피하려는 이유는 그 결과를 보장할 수 없을 뿐더러, 사업기간도 2~3년 가량 더 소요되기 때문이다. 만약 사업비를 임의로 증액할 경우, 제3자공고에서 탈락한 업체에 대한 공정경쟁 위반의 사유로 적격성 재검토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서울시는 2차례의 제3자재공고를 실시했다. 2024년 8월 서울시가 총사업비를 +2,758억원 증액(1.48→1.76조원)하였으나 9월 최종유찰되었는데, 이때 증액분은 소비자물자지수 인상률을 반영한 것이었다. 이후 10월에는 1.83억원으로 증액하였으나 역시 최종유찰되었는데, 이때의 증액분은 법령개정(최저임금 등)을 반영한 것이었다.
이후 서울시는 재정투자사업(국비·시비 등 투입)으로의 전환을 발표했다. 재정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서울시 제2차 도시철도망 구축계획(변경)」을 변경해야 하는데, 2025년 상반기 국교부의 승인을 얻을 예정이라고 한다. 국교부를 통과하면 기재부의 예타를 거쳐야 한다. 이렇듯 재정투자사업은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예타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예타 면제 가능성
정부는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예타를 면제할 수 있는데, 문제는 정부의 자의적인 예타 면제가 남발될 경우에는 재정집행의 효율성과 재정건전성이 떨어질 우려가 커진다는 것이다. 일명 「10호 예타 면제」라 불리는 「국가재정법」제38조 제2항 제10호에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지역 균형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하여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으로서 다음 각 목의 요건을 모두 갖춘 사업. 이 경우,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의 내역 및 사유를 지체 없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가. 사업목적 및 규모, 추진방안 등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수립된 사업
나.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하여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된 사업
경전철 수혜를 기대했던 많은 지역민들은 더딘 경전철 사업과 관련하여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판하기 바쁘다. 하지만 2024년 2월 지자체장 의지만으로 민간투자사업을 결정하기에는 지자체장에게 너무 큰 책임을 부여한 판례(용인경전철 주민소송)가 나왔다. 변호사 출신의 오세훈은 늦더라도 최대한 절차대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데, 현재 이재명의 사법리스크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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