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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금융투자

기회와 승계가 점점 다가오는, 애경

by Spacewizard 2023.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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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18년차 저비용항공사(LCC, Low-Cost Carrier) 제주항공이 35년차 대형항공사(FSC, Full Service Carrier) 아시아나항공보다 2023년 1분기 더 많은 여객을 실어나른 것으로 집계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2022년 말 기준으로 운영 중인 항공기의 수는 아시아나항공 77대, 제주항공 37대로 큰 격차를 보였지만, 제주항공의 여객실적은 대항항공에 이어 2위를 기록하였다. COVID-19 팬데믹 이전에는 아시아나항공이 여객실적에서 제주항공을 앞섰지만, FSC들이 화물사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면서 반사적으로 제주항공의 여객실적이 증가한 것이다. 애경그룹은 제주항공의 대주주로, 제주항공에 지속적인 출자(2020년 688억, 2021년 884억, 2022년 1097억)를 했으며, 이 자금은 차세대 기단 도입과 재무구조 개선 등에 사용되었다. 오늘은 애경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자.

 

제주항공의 탄생, 애경 + 제주도

 

2004년 9월 제주도의 항공사업 파트너 공개모집에서 애경그룹이 선정되었다. 제주항공은 자본금 200억원으로 설립되었는데, 애경그룹·제주도가 각각 150억원과 50억원을 출자하였다. 2005년 12월 산업은행은 1억 달러 규모의 PF(8개 국내외 금융기관 컨소시엄)를 제주항공에 대출하였는데, 대출금의 80%는 신형 터보프롭(turboprop) 항공기 5대 구입에 사용되었고 나머지 20%는 운영자금 용도였다. 애경그룹은 애초 운용리스 방식을 원했지만, 고금리의 운용리스 보다는 산업은행 전액 대출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2006년 6월 취항 전에 자본금 200억이 추가로 조성되면서 총 400억원으로 증가했는데, 애경그룹 추가투자 104억 외에 한국산업은행 전환사채 50억원, 도민주 공모와 국내투자자 주식청약 46억원이었다. 결국 자본금 400억원은 애경그룹 254억(63%), 제주도 50억(12%), 산업은행 50억(12%), 기타 46억으로 구성되었다.

제주항공 초창기 터보프롭 항공기
제주항공 초창기, 터보프롭 항공기

애경그룹의 출발, 생활화학

 

애경그룹은 생활·화학에 특화된 기업집단으로, 2022년 기준 재계서열 61위다. 1945년 채몽인은 대륭양행(무역업)을 창립한 후, 1951년 대륭산업으로 사명을 변경하였다. 1954년 6월 채몽인은 애경유지공업을 설립하여, 국내 최초로 화장비누·합성세제·주방세제를 개발·생산하였고, 1970년 채몽인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면서 장영신(채몽인 처)이 경영을 이어받는다. 1985년 3월 장영신은 영국 유니레버와 기술제휴를 맺고 애경산업을 설립한 후, 애경유지 내의 생활용품사업부문을 흡수했다. 1993년 애경백화점(AK플라자) 1호점을 열면서 유통업에 진출하게 되는데, 애경유지공업 영등포공장 부지(현 서울 구로구)를 활용했다. 이후 2000년 면세점 진출, 2005년 LCC 제주항공 진출, 200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삼성플라자)을 인수한다.

 

쉽지 않았던 미래비전, 항공업

 

2018년 1월 홍대입구역 위에 신축한 복합쇼핑몰(애경타워)에 애경그룹의 전 계열사의 본사가 입주하였다. 애경타워 부지는 애경그룹이 국가철도공단(Korea National Railway, KNR)으로부터 50년 간 사용계약을 체결하였고, 주변 부지는 KNR과 한국철도공사(Korea Railroad Corporation, KORAIL)로부터 직접 매입하면서, 홍대입구역 지상은 2068년까지 지상권을 확보하였다. 42년 간 자리했던 구로 본사를 떠나면서, 그룹 이미지를 변화시키기 위한 사업재편을 계획했다. 그도 그럴것이 주력이었던 유통부문의 성장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항공업을 키워서 중견그룹에서 대그룹으로 한 단계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했었다.

애경타워 전경 출처 월간데코저널
애경타워 전경 [출처:월간데코저널]

그 첫 시도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었고, 실제 아시아나항공의 적격 인수후보 4곳 중 1곳으로 선정되기도 했었다. 애경·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이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훗날 미래에셋증권) 컨소시엄에 비해 자본금·입찰액 등 모든 면에서 열세였다. 2019년 11월 가장 높은 입찰액을 제시한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에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고, 다음 달 12월 2.5조원의 인수계약 체결과 함께 2,500억원(인수대금의 10%)를 인수보증금으로 지급했다. 이후 여러 이유들로 2020년 9월 11일 금호산업이 HDC현대산업개발에 계약해지를 통보하면서 결국 무산되었고,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의 책임이 금호산업에 있다며 계약금 반환을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후 2020년 11월부터 이전 글 <경쟁당국의 필요한 눈치,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항항공이 합병의 마지막 단계를 밟고 있는데, 항공업계의 현대차와 기아차에 비유할 수 있는 합병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서 패배한 애경그룹은 LCC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했고, 2020년 3월 2일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로부터 지분 51.17%를 545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COVID-19로 인한 항공업계의 위기로 발생한 비용의 책임소재를 두고 인수작업이 난항을 겪게 되었고, 결국 2020년 7월 23일 애경그룹은 국토교통부와 이스타 항공에 인수 포기의사를 전달하게 되었다. COVID-19가 한창이던 2020년 항공업계은 굵직한 M&A들에서 터진 노딜(No Deal)로 인해 지리한 책임공방과 허탈해 하는 직원들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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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의 지배구조, 옥상옥

 

애경그룹은 지주사 위 지주사(비상장 가족회사=총수일가)를 두면서 그룹을 지배하는 옥상옥 지배구조이다. 총수일가를 정점에 둔 지배구조는 계속적인 비판을 받으면서 애경유지공업 → AK IS → 애경자산관리(2021~)로 법인명을 변경해왔다. 이런 지배구조에서는 총수일가에게 일감몰아주기 행태가 주목되는데, 실제 애경도 이 같은 문제가 있었다. 매출이 2007년 47억원에서 2017년 425억으로 증가하는 과정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91.5%로 정점에 달했고, 이후 낮아졌다가 2020년 79%로 다시 증가했다. 이러한 논란에도 2021년 10월 AK IS의 사명만 애경자산관리로 변경하고 옥상옥 지배구조는 그대로 두었다.

 

2022년 12월 9일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의 최대주주가 애경자산관리(18.91%)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이는 AK홀딩스 지분을 보유한 애경자산관리(10.37%)와 애경개발(8.55%)을 합병함으로써, 옥상옥 논란을 해소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애경자산관리가 애경개발을 1대 31.38의 합병비율로 흡수함으로써 지배구조가 단순화되었다. 이전까지 채형석 부회장의 장남 채정균은 AK홀딩스 지분 2.33%만 보유 중이었으나, 이번에 애경자산관리 지분 1.08%를 신규 취득하면서 3세 승계작에 나섰다.

 

국내 대기업들의 과제, 옥상옥

 

기업 승계를 공공히 하기 위해서는 결국 옥상옥 구조에서 간접 지배가 아닌 직접 지배 비율을 높여야 한다. 애경그룹은 최대주주 애경자산관리를 통한 총수일가의 간접 지배(18.91%)와 더불어 직접 지배(총 45.91% / 채형석 14.25%)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경우 가족 내 분쟁이 없는 한, 또 다시 합병을 통해 직접 지배력을 높임과 동시에 승계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러한 고민은 국내 대기업들은 다 가지고 있는 듯하다. 과거와 달리 국민들의 높아진 눈높이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날까로운 감시로 인해 편법승계(전환사태, 합병 등)라는 지적을 피하면서 기업을 승계시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또 다른 기업을 들라면, 한화그룹을 꼽을 수 있다. 2008년 이후 15년간 변동이 없었던 3세 3형제의 지분율이 모친의 상속으로 인해 변화가 생기면서 승계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총수일가(김승연+3형제)는 지주사인 (주)한화 지분 31.84%을 직접 보유하고 있으면서, 3형제가 100% 소유한 한화에너지를 통해 (주)한화 지분 9.7%를 간접 보유하고 있다. 승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3형제는 김승연 회장의 지분을 넘겨 받거나 직접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직접 지배력을 높여야 한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우선 한화에너지를 통해 (주)한화 지분율을 늘린 다음, 두 회사를 합병하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를 높이려 할 것이다.

 

제주항공은 2022년 시작한 항공화물 사업이 화물운임 약세로 인해 수익성이 부진한 상황이다. 그로 인해 지난 3년간 유상증자를 이어온 AK홀딩스의 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2023년 들어 COVID-19 엔데믹의 영향으로 LCC의 수익성 강화를 위한 필요조건인 국제선 여객 회복세로 보이고 있다. 이는 위기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기회의 시대가 될 수 있는데, 여기서 새로운 승계자가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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