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스쳐가는 바람의 추억
https://www.youtube.com/watch?v=Wmhv9Rfw7Js
위례신도시는 소수의 아는 사람(특히 거주자)은 거주만족도·투자기대감이 높은 반면, 대다수의 모르는 사람들은 관심이 전혀 없거나 폄하하는 경향이 크다는 특성이 있다. 개인적으로 도시명과 고립된 입지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되는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위례를 출입하려면 왠지 문주 느낌의 송파IC2교 하부도로 내지 기나긴 위례중앙지하차도를 지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위례는 마치 섬과 같은 도시이다.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를 타고 성남에서 하남 방향으로 달리다보면, 송파IC 커브구간의 오른편에 대규모 토지가 나대지 상태로 펼쳐져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다음과 같이 생각하면서 그냥 가던 길을 갈 것이다.
"서울경계에 왠 빈땅이 이렇게나 많지?"
서울 동남권 초대형 개발, 복정역세권
그 빈땅은 위례신도시 남서쪽에 위치한 3개 블록(필지) 개발사업 예정지로, 복정역과 연결되어 「복정역세권 스마트시티 사업대상지(복정역세권)」이라 불린다.
복합용지2(복합2)
복합용지3(복합3)
도시지원시설용지1(지원1)
위례신도시 자족기능 확충을 통한 도시활성화와 주민의 편익 증진을 목적으로 LH에서 준비했던 부지이다. 대규모 개발사업에서 사업비 못지 않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토지매입비(토지원가)인데, 이는 지역거점의 토지매입가격이 배후 대장아파트의 기대고점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비 10조원 가량의 복정역세권의 토지매입비는 약 3.2조원(평당 4,900만원대)이다. 2024년 현재 기준으로 평당 5천만원이 채 안되는 토지가격이 싸다고도 느껴지며, 이미 3개 블록 모두 대기업들이 선점한 상태이다. 복정스마트시티 내 서울권역 2개 블록은 서울시에 의해 용적률 500% 상업지역으로 종상향되었다. 3개 블록 총 연면적은 코엑스의 2배 이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허허벌판에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간이 재탄생하는 것이다.
차원이 다른 개발사업에 베팅하는, 현대
2023년 11월 복정역세권 3개 필지의 민간사업자 공모에서,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단독응찰하여 우선협상자로 선정되었다. 현대계열(현대건설·현대백화점)이 상당부분의 업무시설·상업시설을 책임임차하는 구도를 제시했기에 당시 큰 주목을 받았는데, 현대건설 본사(계동)의 이전과 함께 여러 형태의 쇼핑몰(백화점·아울렛) 유치가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지 않은 곳에 현대백화점(판교)·현대아울렛(장지역)이 위치하고 있기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대규모의 부지면적을 고려했을 때 지하를 연결한 복합쇼핑몰 형태도 고려해 볼 만 하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아래와 같이 11개의 참여기업(현대계열 3개 포함)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들은 복정역세권 개발을 위해 「송파비즈클러스터PFV」를 설립했다.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한림건설
라니디앤씨
SK디앤디
현대백화점
신한은행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코람코자산운용
이전 글 <내려 놓을테니 살려만 줘, PFV>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자본이 요구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에서 프로젝트금융회사(PFV)이 활용된다고 언급했었다. 2024년 2월 PFV는 토지공급자 LH에 토지매매 계약금 3,200억원(10%)을 납부했으며, 이 자금은 PFV출자자들의 자금대여와 JB일반사모부동산펀드(JB자산운용)를 통해 조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토지잔금은 2027년까지 6개월 단위로 균등납부할 예정이며, 2027년 이후 토지소유권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전에 인허가를 마무리하여 2025년말 착공하는 것을 목표료 하고 있다.
2014년 현대차그룹은 삼성동 한국전력(현 글로벌비지니스센터, GBC) 부지를 경쟁입찰을 통해 10.55조원에 매입했는데, 당시 공시가격(2조원대)·감정가격(3조원대)와 비교해서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베팅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당시 삼성도 그룹TF를 결성하여 입찰에 참여했었는데, 현대차그룹에서 제시한 금액과는 큰 격차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입찰결과가 나오기 직전까지도, 해당부지의 적정가격은 5~6조원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현대차가 내다본 것은 미래가치였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주변의 토지시세가 GBC매입단가(평당 4.3억원대)를 이미 추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아직 영동대로 공사(광역복합환승센터·지하화)가 완료될 때까지 계속해서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위례에 대한 우려의 처음과 끝, 교통
위례에 대한 외지인의 시선은 한 마디로 「최악의 교통」으로 함축될 수 있지만, 정작 거주민들은 대중교통 이용에 있어서 큰 불만은 없다. 위례 내부에서 외부(강남·잠실·거여)로 이어지는 서울버스 체계가 이미 정착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지하철 환승(남위례역·복정역·장지역)을 위한 거리가 멀지 않기 때문이다. 복정역세권 역시 마찬가지다. 계획의 배경에는 향후 크게 개선될 접근성·교통편의성이 있지만,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가시질 않는다. 기존에 2개의 간선도로(동부간선도로·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와 1개의 전철역(복정역)이 있었고, 도시개발과 함께 2개의 지하도로, 1개의 전철역(남위례역)이 신설되었다.
문제는 추진 중인 교통인프라의 진행속도이다. 2025년 개통 예정인 위례선(위례신도시 내 트램)이 3개의 전철역(마천역·남위례역·복정역)을 연결하게 되면, 그간 섬도시였던 위례는 외부의 연결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다. 이전 글 <근대화에 이어 친환경 교통수단, 트램>에서도 위례선이 개통된다면 서울의 전차가 사라진 지 약 60년 만에 복귀하는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물론 화룡점정(畵龍點睛, 그림 속 용의 눈에 눈동자를 그림)은 위례신사선·위례과천선이겠지만, 그 노선 하나하나를 보면 지금까지와 같이 쉽게 풀릴 이해관계는 아니다. 기대를 내려놓고 살다보면 언젠가는 될 인프라이니, 향후 수년 간 완성될 개발사업들을 지켜보면서 즐기면 될 것이다.
영동대로 국제교류지구 광역복합환승센터 GTX-A 구간(지하 5층)이 마무리되면, 위례신사선 구간(지하 4층)의 공사가 순차적으로 예정되어 있다. 또한 2024년 하반기 들어서는 공사비 원가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서울시·기재부)이 나서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 가뜩이나 마진이 박한 관급사업에서 민간업체의 위험(손실 가능성)이 너무 확대된 상황이다 보니, 재무가 악화된 대형시공사들이 순순히 들어오기를 바랄만한 시점이 아니다.
복정역세권과의 시너지, DL·포스코
LH는 복정역세권 동남쪽 부지를 4차산업 클러스터를 위한 용도(교육연구시설·업무시설, 의료시설 등)로 도시지원시설용지2·3를 조성했다. 2023년 11월 성남시는 기업추천 대상자로 포스코홀딩스를 선정하여 LH에 추천하였고, 채 한달도 안된 12월 6일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1.9조원 가량의 사업비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면, 2027년경 준공되지 않을까한다.
지원용지2는 건물준공 후 10년간 포스코홀딩스가 수도권연구개발센터(미래기술연구원 수도권 분원)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과거 포스코는 포스코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철강 연구개발을 주도했었는데, 2022년 시대의 변화에 발맞춘 미래사업 연구개발을 주도하기 위해 미래기술연구원을 포스코센터(대치동)에 설립했다. 포스코가 집중하고 있는 미래사업은 크게 3가지로 아래와 같다.
인공지능(AI)
이차전지소재
수소 및 저탄소에너지
2023년 4월 포항에 미래기술연구원 본원을 갖춘 후, 2023년 7월 수도권 분원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위례지구 입찰에 단독으로 응했다가 유찰되었다. 이후 재입찰에 참여해 부지를 확보했다. 규모 면에서 수도권 분원이 포항 본원을 압도하다보니, 포항 지역사회의 반발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포스코홀딩스가 구축하려는 연구허브는 포항-광양-수도권(성남)-해외를 연결하는 것으로, 포항 본원이 제조현장과 연계된 양산단계 연구를 맡는 반면, 수도권 분원은 대학·연구기관·해외연구거점과의 협업을 통한 기초·공통연구를 맡을 예정이라고 한다. 2024년 취임한 장인화 회장이 분원 설립을 위한 내부조직명을 「글로벌센터 건립추진팀」으로 정한 것으로 보아, 건립 후에는 글로벌센터로 불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포스코홀딩스는 지주사 슬림화와 연구개발 전문성 향상을 위해 2024년 하반기에 미래기술연구원의 분사를 추진 중에 있다고 한다.
복정역세권 남서쪽에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토지를 공급하는 복정역복합환승센터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데, 용도는 주차장·업무·공동주택·판매시설 등이다. 2021년 사업자로 선정된 DL이앤씨 컨소시엄은 용적률 600% 상업지역으로 종상향받았으며, 사업비는 1.5조원 가량이라고 한다.
이전 글 <잠실과 함께 쓸모 있어진, 탄천>에서는 오랜 시간 주목받지 못했던 탄천이 지난 50여년간 인프라를 갖추게 되었고 앞으로 더 발전해 나갈 예정이라고 언급했었다. 무엇보다 섬도시 위례가 과거의 잠실처럼 육속화를 앞두고 있다. 2024년 2월 현대차그룹이 남양연구소 내 소프트웨어(SW) 연구개발 인력을 재배치를 고려하고 있으며, 그 2개의 후보지(복정역세권·판교)로 복정역세권이 거론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2024년 1월 현대차그룹은 연구소 조직개편을 통해 SW개발을 전담할 AVP(Advanced Vehicle Platform, 차세대자동차플랫폼)본부를 신설했는데, AVP본부 소속의 일부 리서치랩(부품·기술별 선행연구조직)이 재배치 대상이라고 한다. 고급 개발인력들을 채용함에 있어서 점차 근무지의 입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미 개발자들이 집적된 판교와 대비되게, 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을 필두로 미래연구개발을 이끌어 나갈 후보지로 복정역세권이 지목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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