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면세점에서는 주로 구매하는, 위스키
스카치위스트 대표브랜드, 시바스 브라더스
위스키·고급차 블렌딩에 특출난 재능을 보인, 제임스 시바스
왕실에 납품하는 특권, 로얄워런트
진하고 영롱한 남색 병, 로얄살루트
승리 내지는 왕에 대한 존경의 의미, 살루트(대포) 21발
한 잔의 스트레이트에 담겨 있는, 스토리·헤리티지
[Shorts] https://www.youtube.com/shorts/5L_WXhqwNHs
술 좀 마신다는 사람들도 위스키의 맛을 알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처음 위스키를 접하면 가격·브랜드에 상관없이 독한 목넘김에 희열을 느끼게 되고, 좀 익숙해지면 목넘김의 부드러움과 숙취의 깔끔함이 느껴지게 된다. 공항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상품으로는 단연 담배·주류를 꼽을 수 있다. 다음의 3가지 위스키가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스카치위스키로, 공항면세점에서는 프로모션이 많은 편이다.
조니워커 블루
발렌타인 21년산
로열살루트 21년산
보통 셰리(sherry)와인·버번(Bourbon)위스키를 숙성시켰던 오크통을 사용한다. 2022년 9월 6일부터 시행한 「면세한도 상향정책」에 따라, 주류도 기존 1병(1ℓ x 400달러 이하)에서 2병(총 2ℓ x 400달러 이하)으로 확대되었는데, 이번에 인천공항을 방문했을 때, 400달러 기준 2~3병 패키지 프로모션이 한창 진행 중이어서 로얄살루트 21년산 3병을 선물용으로 구매했다. 오늘은 이 중에서도 고풍스러운 병을 통해 영국왕실에 대한 찬사와 고귀함이라는 헤리티지를 이어오고 있는 블렌디드 브랜드 로얄살루트에 대해서 알아보자.
스카치 제조의 달인, 제임스 시바스
스카치위스키(Scotch Whisky)는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되는 위스키로, 발아된 맥아(malt, 보리싹) 내지 여러 곡식들을 발효·증류한 뒤 오크통에 숙성시킨 술이다. 스코틀랜드 애버딘 근교의 농가에서 태어난 시바스(Chivas) 형제는 1836년 애버딘 시내로 진출하여 식료품점·의류도매점에서 일을 시작한다.
당시 식료품점은 사치품(술·차 등)을 판매하였는데, 특히 형 제임스(James)는 위스키·고급차를 블렌딩하는데 특출한 재능이 있었다고 한다. 시대상을 알고 나면 많은 블렌디드 위스키가 식료품점에서 시작한 이유를 알 수 있다. 1841년 제임스는 식료품점 동업을 시작하게 되고, 1843년 빅토리아 여왕에게 물품을 납품하는 인증(Royal Warrant)까지 받게 된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든지 귀족들은 왕족을 따라하기 마련이니, 사업은 계속 번창했다. 1857년 동생 존(John)이 사망한 동업자를 대신하여 사업에 참여했는데, 이때 시바스 브라더스(Chivas Brothers)가 만들어진다.
당시 영국 「소비세법(Excise Act)」에 따르면, 스카치 위스키 원액 브랜딩에서 싱글몰트·그레인을 서로 혼합할 수 없었다. 하지만 1860년부터는 혼합이 허용되면서 블렌딩의 경우 수가 기하급수로 많아졌다. 제임스는 본인 가게 만의 독자브랜드로 로얄글랜디(Royal Glen Dee)와 로얄스트라탄(Royal Strathythan)을 출시하면서 큰 인기를 얻게 된다.
인수 이후에도 여전히, 시바스
1886년 제임스가 죽은 후, 1893년 시바스 일가의 지분 전부를 2명의 사업가(알렉산더 스미스, 찰스 하워드)가 인수했는데, 브랜드를 그대로 계속 유지하는 조건이었다. 시바스 일가의 브랜드 애착이 대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인수 이후에도 사업은 계속 성장하였고, 1909년 25년 숙성의 「CHIVAS REGAL 25(시바스리갈25)」을 출시했는데, 시바스 형제에 경의를 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1920년대까지 한창 인기를 누리던 시바스리갈25의 생산이 중단되었는데, 1914년 제1차 세계대전과 1919년 세계대공황에 이어 시행된 1920년 미국 금주법의 영향이었다. 이후 1939년 시바스리갈12가 출시된다.
1949년 영국 방문 중에 시바스리갈의 잠재력을 알아 본 샘 브롬프먼(캐나다 시그램 CEO)이 시바스 브라더스을 인수하게 된다. 1950년 시그램(Seagrams)의 지원을 받은 시바스 브라더스는 밀타운 증류소를 인수한 후, 1951년에 공식적인 이름을 스트라스아일라(Strathisla)로 변경한다. 밀타운(Milltown) 증류소는 1786년 설립된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몰트 증류소로, 이후 밀턴(Milton)으로 불리다가 1870년에 인근 수원지 명칭인 스트라스아일라로 병행하여 불렸다. 스트라스아일라는 연간 약 240만 리터 규모를 생산하는 증류소로, 현재까지도 대부분의 몰트원액을 시바스리갈과 로얄살루트블렌드에 공급하고 있다.
오리지날 21년산, Signiture Blend
1953년 시바스 브라더스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을 기념하기 위해 로얄살루트 21년산을 특별히 제작하였다. 17세기 영국해군이 패자에게 무장해제의 표시로 발포케 한 21발의 예포 발사(21-Gun Salute) 관습에서 착상하여 「왕의 예포(Royal Salute)」라고 명명했다. 영국해군은 국왕이 주관한 행사에서 왕실·군주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21발의 축포를 쏘는데, 여왕의 생일에는 특별히 총 62발(기본 21발+왕실구역 20발+런던 21발)을 쏘아 올린다. 로얄살루트는 왕실과의 연관성을 강조해오면서 영국왕실의 특별한 행사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뇌물로 많이 사용되었었다.
대관식에서 여왕이 쓴 왕관에 박힌 3가지 보석(루비·에메랄드·사파이어)를 상징하는 3가지 색상(자주색·초록색·남색)이 병에 채택되었다가, 2019년도부터는 남색병만 생산되고 있다. 2019년 이전에도 병의 색깔과 무관하게 위스키의 내용에는 차이가 없었다. 로얄살루트는 최소 21년 이상 숙성된 원액을 이용하기 때문에, 제품라인이 21년산부터 시작된다. 이에 따라 다른 위스키들보다 연식이 높은 편이다. 흔한 전문가의 표현에 따르면, 오리지날이면서 시그니처인 21년산은 다양한 향(배·스트러스류·바닐라·가을꽃·오크)이 셰리와 스모키한 풍미와 조화를 이룬다고 한다.
38년산, 운명의 돌
32년산, 왕관의 연합
2005년부터 세련미와 차별화된 패킹을 앞세운 38년산이 생산되었는데, 스코틀랜드 민족의 자부심을 대표하는 「운명의 돌(Stone of Destiny)」을 상징한다. 이는 수세기 동안 영국 왕·왕비의 대관식에서 왕좌 아래에 놓여 새로운 왕을 승인해주는 상징적인 돌로, 왕의 권력을 상징했다. 수공으로 제작한 화강암 느낌의 도자기 병 위에 24K 도금라벨이 달려있으며, 24K 도금마개는 중세 스코틀랜드 검자루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현재는 단종되어 면세점에서는 찾아 볼 수 없고, 기생산된 물량에 한하여 주류점에서 거래되고 있다.
1603년 제임스 6세가 강력한 군사력으로 3개 왕국(잉글랜드·스코틀랜드·아일랜드)을 통합하면서 탄 현대 영국왕실에 대한 경의를 표한다는 취지로, 2016년부터 32년산을 생산했다. 스코틀랜드의 5개 지역에서 32년 이상 숙성시킨 몰트원액·그레인원액을 블렌딩한 32년산은 「왕관의 연합(Union of the Crowns)」을 상징한다. 마개는 단종된 38년산의 금색과 달리 은색으로 만든 왕관 위에 블랙스톤은 얹힌 형상이다. 제임스 6세는 1567년부터 스코틀랜드의 왕으로 재위한 스튜어트왕조의 3번째 군주로, 영국 엘리자베스 1세의 사촌이었다. 1603년 엘리자베스 1세가 자식 없이 사망하자, 제임스 6세는 잉글랜드 왕위계승자(제임스 1세)로 인정받았다. 이 때 통일왕국 그레이트 브리튼(Great Britain)이 건국되었다.
당시 유럽에는 2개의 브리튼(Britain)이 있었는데, 브리튼섬과 그 건너편에 위치한 프랑스 북부의 브르타뉴 반도이다. 브르타뉴(Bretagne, 브리타니) 는 과거 브리튼 섬에 살던 켈트족이 집단 이주한 곳이다. 브르타뉴 반도의 규모가 브리튼섬보다 작아서 「리틀 브리튼」이라고 한 반면, 브리튼섬은 「그레이트 브리튼」이라 불렸다. 그레이트 브리튼의 대통합은 왕가의 유산에 따른 것으로 각 국가의 영토·법률체계 등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제임스 6세의 통치가 통합영국 역사에서의 중요성이 높다. 1607년 북아메리카 최초의 영구적인 영국 정착지(제임스타운)를 버지니아에 세워졌고, 1625년 왕위를 계승한 찰스 1세와 올리버 크롬웰의 내전 등이 일어났다.
최상급 라인, 62-Gun Salute
2010년부터 여왕생일을 기념하여 최상급 라인업 62-gun이 출시되었다. 로얄살루트의 품질·맛을 담당했던 마스터 블렌더 4명은 세대별 최상의 원액을 보관한 후, 다음 세대의 마스터 블렌더에게 전해 왔다. 62-gun은 상급 원액만을 모아서 만들었는데, 블렌딩에 사용된 원액의 숙성기간이 최소 40년 이상이라고 한다. 국내에 연 30병 정도 수입된다고 한다. 그 외의 다양한 최상급 리미티드 에디션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Tribute to the Icons : 창립 50주년 기념의 한정판, 21병 생산
100 Collection : 전세계 100세트 한정판
Eternal Reserve : 88개의 캐스크에서 선별된 원액 블렌딩 한정판
Polo Edition : 폴로경기에 참가 선수에게 선물(미국, 영국 등 한정판)
The Regent's Banquet Reserve : 소년 왕자를 기리는 한정판
Forces of Nature : 케이트 멕과이어와 협업한 전세계 21점(국내 1점)
King Charles 3 Edition : 찰스 3세 즉위 기념
시바스 브라더스의 인수 흐름, 결국은 프랑스
1965년 스코틀랜드 디스틸러스컴퍼니(DCL, Distillers Company Limited)가 시바스 브라더스를 인수하면서, 더 큰 시장과 많은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이후 DCL은 작은 주류회사들을 계속 인수하면서 성장했지만, 1980년대 들어 DCL은 글로벌 스피릿 시장(spirit market)에서의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다. 1986년 기네스(Guiness Brewery, 1932년 런던 본사 이전)가 DCL을 인수했다. 2001년 프랑스 페르노 리카(Pernod Ricard)가 시바스 브라더스를 인수했는데, 1997년 영국 그랜드 메트로폴리탄(Grand Metropolitan)과 기네스가 디아지오(Diageo)로 합병된 이후였다.
스피릿시장은 주류 중에서도 스피릿에 초점을 맞춘 시장으로, 스피릿(spirit, 높은 도수 증류수)은 원료·제조과정에 따라 다양한 향미와 특성을 가진다. 대표적인 스피릿으로는 위스키, 브랜디, 진, 럼, 보드카, 테킬라 등이 있다. 동로마제국의 멸망 이후 유럽은 기술적으로 아랍에 뒤처지게 되었는데, 아랍의 증류기가 유럽으로 전해지면서 만들어진 증류주를 스피릿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당시 유럽 전역은 페스트 팬데믹으로 고통받고 있었는데, 높은 도수의 증류주에 붙은 불의 기운이 페스트를 치유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소망에서 유래된 용어이다.
페르노 리카는 시바스 브라더스를 인수한 이후, 전통적인 위스키 제조기술과 혁신을 결합하여 새로운 제품 개발에 힘썼다. 그 결과 시바스와 로얄살루트 등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더욱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제품으로 발전시켰다. 특히 로얄살루트 브랜드는 영국왕실의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이미 프리미엄 스피릿시장에서 확고한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이런 전통에 그치지 않고 혁신을 통해 더 다양한 숙성연도와 한정판 제품들을 출시하며 브랜드의 전략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스토리와 헤리티지를 알고 마시는 한 잔의 스트레이트가 술자리를 더 의미있게 하지 않을까.
[Music] 불타는 유산
https://www.youtube.com/watch?v=hbpEWpFoH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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