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 인근 한반도 북부가 원산지, 대두
안토시아닌과 이소플라본이 풍부한, 검은콩
겉은 달리 속은 녹색, 서리태(속청)
콩과 보리도 구분 못하는 어리석음, 쑥맥
콩에는 없지만 콩나물에는 있는, 비타민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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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9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먹은 소스가 기억에 많이 남아 있는데, 한 레스토랑에서 빵과 함께 에피타이저로 나온 소스였다. 사실 그 레스토랑은 음식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어수선했는데, 중간중간 식당스탭들이 테이블 위로 올라가 춤을 추는 이벤트도 있을 정도였다. 생전 처음 본 소스는 삶은 병아리콩에 다진 마늘을 섞은 것으로 기억되는데, 정확하진 않다. 당시에는 남미스타일의 소스인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지만, 이후 지금까지 어느 식당에서도 그 소스를 보지 못해서 아쉬울 따름이다. 아마도 그 소스가 기억이 깊이 남은 이유는 콩·마늘의 조합이었기 때문으로 생각되는데, 개인적으로 어릴 적부터 삶은 콩을 유독 좋아했었다. 강렬한 태양이 내려쬐는 한여름이면, 점심장소로 서울시청 근처의 콩국수집을 자주 찾는다. 면을 감싸고 있는 콩물이 스프같이 밀도있고 부드러운 콩국수는 「짙고 빽빽하다」는 의미의 농밀(濃密)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오늘은 콩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자.
다양한 종류의, 콩
콩(대두)의 원산지는 한반도 북부와 만주·연해주 남부로 알려져 있는데, 과거 고조선·고구려의 영토이다. 연해주·한반도 사이에는 「콩을 가득 실어 나르는 강」이라는 의미를 가진 두만강(豆滿江)이 흐르고 있다. 이전 글 <산화가 아닌 발효를 택한, 암세포>에서 10억 개의 암세포를 가진 암조직이 검은콩만한 크기를 가진다고 언급했었는데, 여기서의 검은콩은 1cm 가량의 크기를 가진 흑태를 말한다. 식용콩을 크기 순으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녹두(綠豆)
약콩
적두(赤豆, 팥)
백태(白太, 대두)
서리태
흑태(黑太)
강남두(江南豆, 강낭콩)
대두(大豆)는 식품으로 가장 소비량이 높은 콩으로, 백태(白太)·노란콩·메주콩·콩나물콩이라 불린다. 콩류 중에서 전 세계적으로 재배면적이 가장 넒은 강낭콩은 중앙·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이며, BC 5세기부터 아메리카 원주민이 재배하였다고 한다. 신대륙 발견 이후 에스파냐에 의해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개인적으로 핀토빈(pinto beans)을 활용한 멕시코 요리를 선호하는데, 스페인어 핀토(pinto)는 「채색된(painted)」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익힌 핀토빈을 뜨거운 기름에 넣어서 으깨면 리프라이드빈(refried beans)이 된다.
검은콩에는 흑태·서리태·약콩이 있는데, 크기는 약콩이 가장 작다. 대두의 일종인 흑태는 흑대두(黑大豆)·흑두(黑豆)로도 불리며, 대두처럼 간장·된장, 콩나물·두부·두유로 만들어서 먹기도 한다. 원형의 흑태는 속이 노란색인 반면에, 타원형의 서리태는 속이 녹색이다. 서리태는 늦가을 서리를 맞은 후 10월경 수확하는데, 속이 초록에 가까운 푸른색을 띄어 속청이라고 부른다. 서리태는 물에 잘 불고 당도가 비교적 높아, 떡에도 자주 쓰인다. 콩알이 작은 약콩은 맛이 없으며, 「쥐눈처럼 작고 반짝거린다」하여 쥐눈이콩이라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쥐눈이콩을 '약으로 사용하는 곡식'이라는 의미로 여두(黎豆)라고 적고 있는데, 과거 집집마다 기침·발열·홍역 등에 대비하여 약용으로 재배했다고 한다. 약콩도 속색에 따라 서목태(鼠目太, 녹색)와 서안태(鼠眼太, 노란색)으로 구분되는데, 서목태·서안태 모두 쥐(鼠)와 눈(目·眼)을 뜻하는 한자어를 쓰고 있다. 속색과 무관하게 영양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으며, 다만 녹색이 단백질이 조금 더 많아서 맛있다고 한다.
콩과 보리 정도는 구분할 줄 알아야, 숙맥
콩을 의미하는 한자로는 두(豆)·숙(菽)·태(太, 크다)가 있는데, 태는 한국에서만 콩의 의미로 사용된다. 콩과 관련한 사자성어로는 숙맥불변(菽麥不辨)이 있는데, 누구나 식별 가능한 콩·보리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의 어리석음을 의미한다. 일상에서는 '숙맥'의 된소리인 '쑥맥'으로 발음되며, 세상물정을 모르는 어리석음을 나타낸다. 개인적으로도 초보자·어린아이 정도의 의미로만 알고 있었는데, 세상물정에 어둡다는 면에서는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 듯하다.
춘추(春秋)는 공자가 지은 노(魯)나라의 역사서이며, 춘추좌전은 춘추의 주석서이다. 춘추좌전은 좌구명(공자 제자)가 지었다고 하여 춘추좌씨전·좌씨전·좌전 등으로 불리고, 기린을 잡았다는 기록이 있어 인경(麟經)으로도 불린다. 정작 저자가 좌구명인지는 확실치가 않다. 「춘추좌전 성공(成公) 18년」에 실린 내용에서 숙맥을 찾아볼 수 있다.
춘추시대 진(晉)나라 여공(厲公)은 신임하는 신하 서동(胥童)에게 정사를 일임하였는데, 서동의 횡정으로 사회가 혼란에 빠졌다. 이에 서동을 살해한 귀족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여공을 독살한 후, 14세의 도공(悼公, 주자)이 왕위에 올렸다. 문제는 주자에게는 적통인 형이 있었던 것이다. 사실 왕조시대에서 외척·신하들이 모의하여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으며, 그 방법으로는 어리거나 우둔한 왕을 내세우는 방법이 많았다. 이전 글 <조선내내 왕가의 공간, 서울공예박물관 터>에서도 왕위계승 순위에서 밀렸던 성종이 즉위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왕후·장인·대신의 이해관계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서열을 무시하면서까지 어린 주자를 내세운 쿠데타 세력은 국정을 독점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명분은 다음과 같았다.
周子有兄而無慧 不能辨菽麥 故不可立
주자유형이무혜 불능변숙맥 고불가립
"사실 주자에게는 형이 있지만,
지혜가 없어 콩과 보리조차 분간하지 못해
임금으로 세울 수 없었다"
하지만 신하 입장에서는 어린 왕보다 우둔한 왕을 다스리는 것이 더 수월할 수도 있다. 즉 주자의 형은 어리지 않았거나 우둔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집에서 먹는 영양음료, 콩물
두부와 달리 콩물은 주변에 구매처가 많지 않다. 콩물매니아로서 여름에는 차갑고 농밀한 콩물, 겨울에는 뜨겁고 묽은 콩물을 즐겨 먹는다. 대두를 포함한 여러 종류의 콩들을 재료로 한 콩물(약 2.5~3리터) 레시피를 알아보자.
뭐든 세척이 우선이며, 깨끗히 씻은 여러 종류의 콩 2컵을 물에 불려야 한다. 콩의 2배(4컵)에 해당하는 물이 필요하며, 하룻밤(12시간) 정도면 불린다. 콩을 다 불린 후에는, 콩과 함께 불린 물을 냄비에 넣어 끓인다. 끓기 시작한 시점부터 3분을 더 끓인다. 여기서 「끓기 시작한 시간」이라 함은 냄비 전체가 끓는 시점을 말하며, 일부가 끓는 모습이 보이더라도 좀 더 참아야 한다. 물론 콩을 불릴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마른콩을 냄비에 넣고 30분 동안 삶아도 된다. 콩을 하나 집어 먹어보고 특유의 콩비린내 없이 고소한 맛이 나면 불을 끄고, 기호에 따라서는 1~2분을 더 끊여도 무방하다. 주의해야 할 점은 장시간 삶은 콩은 무르기 쉽고 매주냄새가 날 수도 있다. 삶은콩을 블렌더(믹서)에 2분 동안 그라인딩(grinding, 갈기)하면 끝인데, 콩의 영양성분을 담고 있는 삶은 물도 함께 넣고 갈아야 한다.
유념해야 할 부분은 소금·물의 양인데, 개인적으로 소금 1/2큰술과 물 2.5리터가 무난했다. 유명 콩국수집에서 파는 부드럽고 농밀한 콩물을 원한다면, 총량을 2리터까지 낮춰보는 것도 좋다. 추가적인 고소함을 원한다면 구운 참깨·견과류도 같이 넣는 것이 좋다. 최근 지인이 두유메이커를 선물해줬는데, 처음에는 갸우뚱했다가 막 내린 뜨끈한 콩물을 맛본 순간 최애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주로 사용하는 기능이 마른콩을 분쇄·가열하는 「마른콩 두유」기능인데, 작동시간 약 35분이면 두유가 자동으로 만들어진다. 메이커 내부가 스테인리스(SUS, Stainless Use Steel)) 304로 제작하여 위생적인 편이며, 가열과 보온이 탁월하다. 두유메이커로는 최대 1리터 가량의 콩물을 생산하게 되는데, 여러가지 콩을 깨끗이 씻은 후에 스테인리스에 표시된 기준선에 물을 맞추고 소금 1/2작은술을 넣고 버튼만 누르면 35분 후에 완성된다. 기호에 따라 구운 참깨·견과류를 넣으면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고소함을 찾아가는 것도 흥미있다. 콩물은 온도가 낮아질수록 좀 더 농밀해지기 때문에, 한여름에는 냉장고에 보관하고 먹는 것이 좋다.
슈퍼푸드로 불리는 콩, 특히 검은콩
검은콩에는 안토시아닌·이소플라본이 풍부한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노화·혈액순환을 개선시켜준다. 어두운 색소에 함유된 안토시아닌(anthocyanin)은 항산화·항암·항염(항균) 효과와 생리활성화를 가져다 주는데, 보통 3종의 색소가 함유된다. 하지만 검은콩에는 추가 6종이 더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이는 항산화·항암·항염(항균) 효과와 생리활성화를 배가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검은콩의 색이 짙을수록 항상화 효과가 크다. 모든 검은콩에는 비슷한 양의 안토시아닌을 가지고 있다. 참고로 포도껍질이 항산화물질로 알려진 이유가 보라색 껍질에 함유된 안토시아닌 때문이다.
피토에스트로겐(phytoestrogen,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화학구조를 가지는 식물유래성분으로, 에스트로겐 분비를 적정한 수치로 유도·조절하는 물질이다. 즉 에스트로겐 내지 항에스트로겐 역할을 동시에 하게 된다. 피토에스트로겐은 이소플라본(isoflavones)·리그난(lignans)·코메스탄(coumestans) 등으로 구분되며, 콩류에는 이소플라본이 특히 많이 함유되어 있다. 과거 유방암 환자들은 콩(특히 두유)의 섭취를 꺼려했는데, 이는 피토에스트로겐이 내분비 장애를 일으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콩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는데, 콩 속의 이소플라본이 유방암 재발률을 감소시킨다거나 호르몬 의존성 질병(폐경기증후군·심혈관계질환·골다공증 등)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면서부터라고 한다. 하지만 에스트로겐에 영향을 줄 정도의 이소플라본을 체내에 공급하려면, 엄청난 양의 콩을 섭취해야 한다.
콩의 치명적 단점, 비타민C
어릴 적 시골의 할머니집에서는 특유의 냄새·소리가 있었는데, 달짝지근한 막걸리 효모냄새와 주기적으로 흘려주는 콩나물 시루의 물소리였다. 요즘에는 마트에서 주류·식자재를 손쉽게 구매하지만, 불과 40년 전 만해도 할머니들은 집에서 막걸리를 담궈 마시고 콩나물도 직접 키워서 먹었다. 검은 색의 보자기에 덮힌 방모퉁이의 콩나물시루는 할머니의 소중한 가계자산이었을 것이다. 제봉틀과 함께.
많은 영양소를 함유한 콩에서 결핍된 것을 꼽자면, 단연 비타민C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콩나물로 자라나면서 비타민C가 생성된다고 한다. 콩나물 100g에 약 16∼20㎎의 비타민C가 함유되어 있다고 하니, 영양결핍이 흔했던 과거에 콩나물은 비타민C의 소중한 공급원이었을 것이다. 마산에는 콩나물을 사용한 음식이 유명한데, 대표적으로 아구찜·미더덕찜이다. 어릴 적부터 콩나물 하나는 부족하지 않게 먹었다. 특히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미더덕찜의 아삭한 맛은 성인이 되어서도 잊혀지지 않는다.
단백질·비타민·무기질·식이섬유의 함량이 풍부한 콩류는 체중·혈당의 관리에 도움을 준다. 국내산 콩의 영양함량이 수입산 병아리콩(chickpea)·렌틸콩(lentil)과 큰 차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굳이 섭취하려는 콩의 종류를 확장시킬 필요는 없어보인다. 주력으로 섭취하는 콩류를 꾸준히 먹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이는 만큼, 필요한 건 꾸준함이다. 콩은 조리방법에 따라 필수아미노산 트립토판(tryptophan)의 함량이 달라지는데, 마른콩과 대비하여 볶은콩은 2~3%, 삶은콩은 6~7% 가량 많아진다고 한다. 콩을 삶아서 만든 콩물이 가장 영양소가 풍부한 형태이다.
고칼륨식품(약 1.2% 이상)으로 분류되므로 신장에 무리를 줄 수 있고, 수산(oxalic acid, 옥살산)이 신장결석을 생기게 할 수도 있다. 이전 글 <몸 속에도 쌓이는 먼지, 플라크>에서도 결석을 피하기 위해 구연산 섬유소의 섭취를 늘리되, 수산이 함유된 시금치·아몬드·땅콩·초콜릿 등을 적게 섭취해야 한다고 언급했었다. 순무·양배추·겨자·콩 등은 갑상선호르몬 합성을 저해해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렇게 요오드 이용을 차단하는 식품을 고이트로겐(goitrogen)이라고 한다. 이렇듯 신장기능·신장결석·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는 사람들은 콩의 섭취량에 유의해야 한다. 영양이 풍부하다하여 콩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소화·배변 장애와 더불어 체중이 증가할 위험이 높다. 뭐든 과유불급이다.
[Music] 건강한 작은 구슬
https://www.youtube.com/watch?v=hjDbQvZ0nq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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